K contents는 강하지만 위태롭다

K culture의 위력이 대단하긴 하다. 유학길에 처음 오른 2009년에는 서울에서도 피자를 먹을 수 있냐는 질문을 들었고, 2017년 네덜란드에 있을 때만 헤도 북한에 대한 전시가 더 많았었는데, 이제는 한국말로 먼저 인사하거나 한국 문화/정치에 대한 주제를 먼저 던지는 대화들이 즐비하니 말이다.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Tate Modern 이미래, Bourse de Commerce 김수자, ICA London 정금형, Hayward 양혜규 같은 유명 기관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연달아 개최했고, 신진 작가들도 블루칩 갤러리들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우후죽순 소개되고 있다. 아트페어에서도 다른 아시아 작가들 못지않게 볼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흥에 겨워 춤추기엔 이른 이유 세 가지가 있다.


  1. 한국 문화에 대한 다면적 분석 부족
  • “한국 작가”라는 화제성을 “K contents” 이상으로 가져가기엔 아직 한국 문화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이해가 부족하다. K-culture를 뒷받침할 철학적 담론 부재, 또 이에 토대가 될 관련 영문 자료 부족이 그 이유다. (Punto Blu와 Artists in Korea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 국가의 문화관이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국은 이 두 가지 모두 고전 중이다. 
(A) 나라의 지형적, 역사적, 문화적 특성이 뚜렷해 이를 컨텐츠화하는 것 (예. 태국 – 자연, 종교 / 중국 – 정치, 사회관 / 일본 – Ukiyo, Superflat)
(B) 특정 시대적 상황에서 해당 국가의 역할에 대한 담론을 쌓는 것 (예. 중국 – Cyberpunk/AI, 인도네시아 – 커뮤니티/콜렉티브 중심의 bottom-up approach)

*참고로 요즘 흥미로운 점은, 유럽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작가들에게 공통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약 40대까지) 대부분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근본을 탐구하거나 (예. 정금형, 아니카 이, 이미래) 존재의 다면성을 다루는 작품들이다. (예. 서도호, 이미래, 정희민, 선우) 

  • 첫 번째를 한국의 산업적 특성과 더 연결하고 (지원 시스템은 이미 그렇게 되어있다 – 현대의 Zer01ne, Paradise Art Lab과 같이 기관 특성을 활용하며 기술 융합 작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두 번째를 이를 야기하는 문제들과 현상들을 재고하는 문학, 영화, 관련 산업과 엮으면 더욱 뚜렷하고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 전체적으로, 지금의 K culture hype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관심을 끄는 표면의 노력만큼 “왜”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 “왜” 이 사람이 이런 걸 만드는지, “왜” 이 방식을 택했는지, “왜” 여기서 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왜” 이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
    • 따라서 나는 앞으로 한국의 새로운 사조가 왜, 무엇이 될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 및 발표를 매우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영국 한국문화원 세미나 등)
    • 해외 연구자가 한국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M에서 해외작곡가들이 boot camp를 하는 것처럼, Frieze 주간에 그들끼리가 아닌 한국 인재들과 더 깊은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세션 마련 등)
    • 또 국내 연구가 해외로 더 퍼질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예정이다. (국제 기관/학교 연대 형성, 한국 기사/자료 번역 후 해외 언론/기관 소개, 국제 포럼/전시 참가 지원 등)

  1. 가격 거품
  • 솔직히 너무 올랐다. 한국 신진 작가의 작품이 국제 중진 작가의 작품과 버금가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판이니 말이다. 코로나 때 이때다 싶어 무조건 가격을 올린 모두, 그들의 2차 시장은 안녕이다.
  • 한국 경매 시장의 실적이 20% 이상 떨어진 것은 전세계적 트랜드와 비슷하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 본다. 그 이유는 한국의 작품 콜렉팅이 주로 대체 투자안으로 여겨지고, 그렇게만 유지되기엔 내수 시장의 기반이 너무 얕기 때문이다. 
  • 개선 방향: 작품이 매력적인 투자 자산인 것은 자명하다. 또 이미 올린 가격을 내릴 수도 없는 판이다. 그러니 한국 문화를 진심으로 애정하는 끈끈한 국제적 콜렉터 그룹을 지금부터라도 양성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patron이 되었던, 기관이 되었던, 일반인이던, 그래프의 포인트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선형을 꾸준히 만들어갈 단체가 필요하다.
    • 이게 가능해지려면 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한국의 전반적인 이해와 애정을 더 가질 수 있도록 국가적 브랜딩을 더욱 확고히 하고, 이에 대한 교육, 연구, 확산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할 일이다. 
    • 콜렉팅에 대한 교육/문화 발전 또한 필요하다. 작품은 돈만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게 아니니, 그럴 기회와 이를 가능케 할 인맥, 상황을 만드는 트레이닝이 필요하고, 무조건 각 작품의 ROI만 보는게 아닌 전체적인 신조가 있어야 그 콜렉션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다. 

  1. 우물 안의 개구리
  • 올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LUMA Foundation 오프닝에 아시안은 일행과 나, 세 명이 전부였다. 파리 아트 바젤 preview day에서 한국의 비중은 작가, 갤러리, 관객 통틀어 5% 정도 되었을까. 런던의 수많은 PV에서도 보이는 한국인은 손에 꼽는다. (한국 관련 작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한국 예술 시장의 존재감도, 영향력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참여하는 비율도 낮으니 돌아오는 관심도 적은 게 아닐까?
  • 한국에 대한 표면적 관심은 높아도, 깊이를 다질만한 자료도 없고 시장도 버블이 가득하니, 한국에 있는 관련자들은 고사하고 내국에 있는 사람들도 초대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들이 참 많지만, 이를 알리는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매우 부족한 것이다. 
  • 한국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졌다면, 그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도전자가 필요하고, 이 여정을 응원하고 지원할 동반자들이 필요하다. 
  • 개선 방향: 머릿수 게임은 무시 못 한다는 것을 중국 커뮤니티를 보며 거듭 느낀다. 일본도 지금은 해외 체류 인구가 적을지라도, 그간 수많은 외교적 교류와 무성했던 관광객 덕에 문화적으로 굳게 자리 잡은 것이었다. 우리도 더 굳건한 연대가 필요하다. 서로 비방하며 부스러기를 탐내거나 개인의 성공에 만족하기보다, 단합해 전체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이 세 문제를 통괄하는 것은 아래로 종합할 수 있겠다:

  • 표면이 아닌 본질을 바라보는 사고 필요
  • 이에 대한 영문 연구, 발표 시급
  • 국내에서는 단합을, 해외에서는 적극적인 전파를 통해 시장 확대

이를 위해 내가 할 것들은 아래와 같다:

  • 본질을 다루려 한 철학 공부 (Nietzsche, Foucault, Derrier, Deleuze, Guattari, Rilke) 
  • 영문 연구 진행 및 출판 (KCCUK seminar, RCA research lab, 월간 정부, 그 외 예술/문화 관련 기고)
  • 번역 (심상용 “천재는 죽었다”) 및 배포 (INIVA, RCA, UAL, Goldsmiths, 그 외 국가 예술 학교/자료실)
  • 한국 작가 진출 (UK, IT, US, and FR)
  • Frieze 서울 주간 딥 네트워킹/교육 프로그램 진행 (with Marc & SNU ICA)
  • 적극적인 네트워킹
  • Sustainable incubation system 연구 (궁극적으로 Incubate/educate > Present (exhibition, fairs, media) > Exit (Sales, interdisciplinary collaboration) > Invest the profit back to the first step 을 할 수 있는 재단/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 2026 콜렉터 그룹 출범

*혹시라도 이견이 있으신 분들, 환영입니다. 저를 계몽시켜 주세요.

*앞으로 할 것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자료나 정보, 관련자 소개 또한 언제나 환영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습득하고 최선을 다해 시너지를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4 thoughts on “K contents는 강하지만 위태롭다

  1. Love that you not only summarised the pain points but also outlined how you contribute to the solution space! I would love to combine forces where appropriate and look forward to more of your insights. Thank you for sharing your thoughts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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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If you’re okay with it, let’s have a meeting together. Woojung and I are looking forward to hearing your opinion about my new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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